대학생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대학생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한국에서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기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떤 스타트업들은 대학생을 인턴으로 뽑거나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대학생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오늘은 제가 대학생 신분으로 반년 동안 스타트업 블루핵에서 일하면서 생긴 일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1. 진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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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두 부류가 있습니다. 진짜 일과 가짜 일. 새로 창업한 회사에 가짜 일이란 절대 없습니다. 대학생 인턴이 흔히 하는 hospitality(라고 쓰고 잡일이라고 부르죠)가 이곳에서는 DIY(니가 알아서 해라)입니다. Hospitality를 하지 않는 대신, 아무도 주지 않는 일을 스스로 만들어서 머리가 빠지게 고민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 머리가 빠지지는 않았지만(나이 스물다섯에 흰 머리가 조금 늘긴 했지만)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 아무도 책임지라고 하지 않는데 책임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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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서비스나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으면 이 기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엄청 많이 하게 됩니다. 만약 이것이 먹히지 않을 경우의 위험성을 내가 다 떠안아야 할 것만 같은 망상에 빠지곤 했습니다. 이사님께서는 네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명함에 ‘장’이 쓰여 있는 이상 책임을 져야만 할 것 같습니다. (혼자서 망상에 너무 빠진 나머지 흰 머리가 더 늘었습니다.)

 

3. 그 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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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핵의 이사님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배우고 싶었고, 배워서 회사에 도움이 될만한 스킬이 있다면 배우러 여기저기 쏘다녔습니다. 그렇게 해서 배운 것은 HTML5와 CSS3, AWS EC2를 이용해 워드프레스를 돌리고 관리하기, 프리미어와 에프터이펙트, 마케팅과 홍보에 관한 여러 가지 강의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배우느라 흰 머리가 늘었습니다.)

 

4. 결국 출근은 한다. (feat. 내 맘대로. 단, 결과는 본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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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공식적인 출/퇴근 시간은 10:00 ~ 19:00 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아주 가끔) 늦잠을 잘 수도 있고, (한 주에 한 번은) 늦게 일어나고 싶을 수도 있고, (하루에 한 번은) 일어나기 싫을 수도 있는 법. 그렇게 출근하게 되면 11시 정도 될 때가 있는데, 회사에 딱 들어갈 때의 반응은 ‘그냥 그런가 보다.’입니다. 괜히 찔려서 늦게 퇴근을 하더라도 반응은 ‘그냥 늦게 가나 보다.’입니다. 결국 자율 출퇴근제가 돼버렸습니다. ( 9시에 출근을 해도 18시에 나오려면 괜히 찔린다는 게 함정.)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일찍 퇴근할 때는 거의 없고 늦게 퇴근하는 일이 많습니다.

 

5. 밥은 아주 잘 먹는데 살은 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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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하는 직원을 위해 회사에는 항상 차려 먹을 음식이 있습니다. 점심은 너무 비싸지 않은 범위 내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습니다. (공기밥을 하나 더 추가해도 됩니다!!!!) 한 시간 늦게 출근해서 한 시간 늦게 집에 가려고 하는 직원을 위해 7시에 저녁을 제공해 주십니다. 그래서 퇴근은 자연스레 두 시간 미뤄집니다. 그런데 아무리 잘 먹어도 흰머리는 줄지 않고 살은 찌지 않습니다. 그것이 미스터리입니다.

 

6. 휴가는 당당히 주중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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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팀원 중 처음으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계획되어있던 것은 아니었고, 흰머리가 너무 늘어서 두피에 휴식이 필요해 급하게 놀다 왔습니다. 당당히 수요일에 출발해서 토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오키나와에 갔습니다. 이상하게 갈 때는 별로 안 찔렸는데, 돌아오니 혼자 놀다 온 것이 약간 찔립니다. 사실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혼자서만 찔립니다.

 

7. 학교로 돌아가면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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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일(진짜 일)을 해 보면 어떤 수업이 도움되는 강의인지(그런 강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학생 때 배워두면 좋을 지식이나 기술들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면 하고 싶은 것들과 해야 할 것들이 지금 눈앞에 촤라락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완전 장관입니다. 이 모습대로라면 제 인생은 완전 탄탄대로일 텐데 현실은 어떨지..😞

 

8. 꿈과 열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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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시기의 20대보다 힘들다는 2016년의 20대. 지금 20대에게 꿈과 열정을 잘 못 이야기했다가는 매장당하는 무시무시한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다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꿈과 열정을 찾아 여기까지 오신 분들! 생각해보니 저도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기계와 사람의 큰 차이점 중의 하나가 꿈과 열정이라고 하는데 아직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9. 스타크래프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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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19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크래프트를 한 때가 2011년인 것을 생각해보면 옛날의 추억(+나쁜 추억)을 꺼내주는 좋은 회사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글로 배운 저는 질럿만 뽑았는데 우리 팀이 상대 팀보다 더 이겼습니다. 아무래도 12개의 게이트웨이에서 40초에 한 번씩 쏟아져나오는 풀업 질럿 한 부대는 엄청 무서운가 봅니다. (원래 스타를 못하는 사람(=저)은 팀전에서 져도 해맑고 이겨도 해맑습니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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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스타트업에서 일해본다는 것. 도전해볼 만한 일입니다. 대기업의 인턴/대외활동의 장점은 큰 회사의 프로세스를 겉핥기로나마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부수적인 수입이 짭짤하다는 점입니다. 그럼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는 장점은 음.. 힘듭니다. 뭐 분위기가 가족 같은 회사도 있고 혜택이 많은 회사도 있는데 어쨌든 힘듭니다. (사실 분위기가 가족 같은 회사도 있고  분위기가 족같은 회사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한 끗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힘들지 않습니다. 저도 흰 머리가 더 늘어서 염색을 했지만, 즐겁게 일했습니다.

그동안 사회에서 바라는 모습을 쫓아 꿈을 세우고 달려나갔다면, 지난 반년의 시간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기업 인턴이 국내여행이라면,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는 것은 세계여행 정도로 비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슨 스타트업 성공신화 이런 판타지가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것이 있는 곳은 극히 드뭅니다. 아무리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제품이나 마케팅 플랜도 여러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냥 휴지통으로 드래그래서 버려집니다. (휴지통을 거치지 않고 바로 삭제하는 게 맘이 덜 아픕니다. ) 참고로 대통령 직속 무슨 청년위원회 거기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링크)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46.4%랍니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만족하지 않거나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이 과반수가 넘는다는 사실에 조금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결국 힘들다는 뜻)

또 한 가지, 유명한 사람들이 젊었을 때 이것저것 해보라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 말을 조금 고치면 결혼하기 전에 이것저것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결혼 전에 결혼준비를 엄청 해도 결혼은 부담이라는데 결혼 전에 결혼준비를 하나도 안 하고 이것저것 하면 결혼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느낀 점은 학생 때는 돈 안 벌어도 되는 때니까 이것저것 해보기 좋은 것 같고, 졸업 직후는 망해도 나만 좀 고생하면 되니까 이 저것 해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망하면 휘적휘적 좌절 조금 하다가 다시 뭔가 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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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JUNG

Matt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인생의 목적입니다.